크고 사나운 유기견이 관광객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늦은 오후의 민원.
동광리의 관광공연장으로 가 크고 사나운 유기견을 찾던 나는 주차장 구석에서 순하게 생긴 1살쯤 된 하얀 잡종개를 발견했다.
마주 앉아 주사기에 졸레틸 2밀리리터를 채우는 동안 개는 도망도 가지 않는다. 네가 사람들을 겁주었다는 놀라운 소설은 도대체 어느 작가지망생이 쓴거니. 걔 아내의 유혹 속편 쓰면 잘 쓰겠다.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것에 대답이라도 하듯 반짝이는 어리고 착한 눈.
블로우건의 끝이 자기에게로 향하자 비로소 개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짐승의 본능으로 어렴풋이 짐작했겠다. 적당한 거리만큼 떨어졌을 때 나는 개의 둔부를 겨누어 블로우건을 불었다.
개는 겨우 비명을 한 번 지르곤 달아나기 시작한다. 개가 달아날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아는 나는 서두르지 않고 눈으로 뒤를 쫓으며 따라 걸어간다. 약의 양이 충분하지 않았던지 개는 꽤나 멀리 떨어진 보리밭의 한 가운데까지 들어가서야 쓰러진다.
약에 취한 절망적인 몸짓으로 노랗게 익어가는 보리를 쓰러뜨리며 허우적거리는 개를 보고 있자니 내 꼴과 똑같다.
이러다 미치고 말지 싶은 때가 지금 뿐이었는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끝내 미치지 않고 여태껏 잘 살아왔다.
관광공연장의 직원들과 관광객 십수어명이 개와 내가 벌인 활극의 마지막 무대라도 되는 듯 보리밭 앞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연극적인 동작으로 개의 몸에서 주사기를 회수해 사람들을 향해 흔들어 보인다. 몇몇이 웃으며 박수를 친다.